서울독립영화제2022 페스티벌 초이스 단편 쇼케이스 선정의 변

2022년은 그 어느 해보다 페스티벌 초이스 부문이 갖는 의미가 각별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아직 종식된 건 아니지만, 상영하는 영화의 방식이 분산되고 관객의 입장이 제한적이었던 지난 2년과 다르게 올해는 모든 면에서 영화제 운영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간 까닭입니다. 축제를 즐기기에 아주 좋은 타이밍입니다. 그래서 페스티벌 초이스는 부문의 정체성이 그 어느 해보다 두드러진다고 하겠습니다.

그에 걸맞게 올해 출품작 중에는 제한된 공간에서 입담을 펼치는 <삼인방>처럼 코미디가 많습니다. 사회 비판의 날카로움을 코미디로 우회해 강한 인상을 남기는 <리뷰왕 장봉기>는 웃음이 지닌 여러 가지 의미를 곱씹게 합니다. <아누크의 전설: 주인공과 요정과 사악한 용>은 신화 배경에 B급 만듦새로 접근해 색다른 재미를, <빨간마스크 KF94>는 코로나 시대의 공포를 전하면서도 코미디와의 접목으로 ‘웃픈’ 시대상을 전시합니다.

코미디는 어떤 면에서 타고난 재능이 창작의 원천으로 작용하는데 연출자의 이름만으로 입꼬리가 올라가게 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구교환의 <대리운전 브이로그>, 이옥섭의 <러브빌런>, 그리고 이 두 감독이 이효리와 함께 작업한 <사람냄새 이효리>는 독특한 코미디 감성으로 기분 좋은 반전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제목에서부터 윤성호의 감각이 느껴지는 <미지의 세계 시즌투에피원>은 SF와 코미디를 시도한 과감성이 돋보입니다.

남궁선과 유시형과 문혜인 또한 독립영화 팬들에게 스타 연출자입니다. 이들이 각각 만든 <얼굴 보니 좋네>는 자동차 안을 벗어나지 않는 실험적인 연출이, <영화편지>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담은 시적인 영상 언어가, <트랜짓>은 배우 출신 감독답게 배우를 포착하는 연출자의 시선이 여운을 남깁니다. 해당 장르에서 꾸준하게 자신만의 언어를 선보이고 있는 <그라운드 제로>의 무진형제와 <12월 70일>의 송주원도 반가운 이름입니다.

올 한 해 해외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은 문수진의 <각질>과 김보영의 <버킷>은 ‘필람’의 애니메이션이 되었습니다. 두 작품 외에도 <사라지는 것들>은 종을 뛰어넘는 관계의 숭고함이 세밀한 그림체로, <쿠키 커피 도시락>은 동물로 의인화된 캐릭터들이 코로나로 인해 전과 같지 않은 일상을 관계의 아름다움으로 헤쳐 나가는 전개로, <소문의 진원지>는 정물화가 살아 있는 듯한 이미지 묘사로 그려져, 선택의 폭이 넓어진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재를 확인하게 합니다.

정통 로맨스물이 가뭄에 콩 나는 듯한 주류와 다르게 독립영화 쪽에서는 매년 진화하는 방식과 다양한 소재로 관객의 흥미를 돋웁니다. 공간의 성격을 시간으로 치환한 <달팽이>로 주목받았던 김태양은 연작 형식의 <서울극장>을 선보입니다. <빅브라더>는 김경욱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 관심이 갑니다. <겹겹이 여름>은 여름마다 사랑과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는 극 중 연인의 관계가 마음 아픔 대신 청량함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더 다이버스>와 <페이오프>와 <녹차의 맛>은 소재와 다루는 방식이 서로 전혀 다른 다큐멘터리입니다. 한 편은 인파로 붐비는 강남 한복판의 달리는 인물을 어떻게 촬영했는지 궁금해지고, 또 한 편은 금서로 지정됐던 책의 관련자를 조망하며 엄혹했던 시대를 반추합니다. 마지막 선정작은 숨 가쁘게 달려온 페스티벌의 여운을 차분히 음미하도록 하는 작품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지 따라갑니다.

이 선정의 변이 페스티벌 초이스 부문의 ‘영화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2 프로그램위원회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2022 집행위원장)
박수연(서울독립영화제2022 프로그램팀 팀장)
허남웅(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