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2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쇼케이스 선정의 변

서울독립영화제2022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쇼케이스 부문에는 총 16편의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쇼케이스라는 섹션의 성격을 고려해, 다양한 형식과 시도를 통해 한국 독립영화의 영역을 확장하는 영화와 지금 한국 독립영화의 다채로운 매력과 용기 있는 도전들을 잘 보여 주는 영화를 선정했습니다.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벼리고 있는 감독들의 신작, 단편을 통해 미래의 재능으로 주목받아 온 감독들의 장편 데뷔작, 한국 사회를 예리하게, 동시에 연대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다큐멘터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장건재의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와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들의 자장 아래 있는 듯하지만, 최근 감독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배우와 연기에 대한 영화적 탐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편을 통해 주목받아 온 변성빈의 첫 장편 <공작새>는 트랜스젠더이자 왁킹 댄서 신명의 춤사위를 통해 여전히 한국 사회에 작동하고 있는 가족과 공동체라는 전통적 가치와 문화를 전복하려 시도합니다. 원태웅의 <유니버스>는 1980년대 서울 천호동에 잠시 존재했던 유니버스백화점을 매개로, 이미지와 꿈 그리고 최면을 통해 당시의 공간과 시간을 다시 불러내는 매혹적인 영화입니다. 가성문의 <드림팰리스>는 아파트로 상징되는 서민들의 욕망을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드라마로서, 평범한 삶을 꿈꾸며 함께 투쟁하던 동료를 뒤로하고 시위 현장을 떠나야 했던 주인공이 모든 걸 던져 구입한 아파트의 부실 시공 문제로 다시 시위에 나서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 주는 부조리극입니다. 유지영의 <Birth>는 작가로 커리어를 키워 가는 한 여성이 임신이라는 사태에 직면하며 연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삶의 근본이 흔들리는 파국의 순간을 따라갑니다. 김민주의 <교토에서 온 편지>는 부산의 영도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교토에서 태어나 영도에서 살고 있는 엄마와 세 딸의 이야기를 통해 부유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삶과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의 현실까지 담아냅니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경쟁 부문에서 상영되며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이지은의 <비밀의 언덕>은 12살 소녀 명은이가 글쓰기를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성장드라마입니다. 김태훈의 <빅슬립>은 숨어들 곳을 찾아 방황하는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한국 독립영화가 많이 다뤄 온 소재지만, 감독은 조용하게 진심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황수빈의 <고양이 키스>는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좀 더 대중적인 드라마의 화법을 보여 주는 영화로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종재의 <그럴 수도 있지>는 조금은 낯선 형식의 영화로 실제 배우들이 실명으로 등장해 자신들의 당면한 고민과 현재를 토로하는 생생한 날것의 느낌을 담고 있습니다. 독립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을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와 함께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 온 창작자 지원 제도와 후반제작지원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된 영화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매개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의제를 환기하고 대중들의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한 임팩트 시네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말이야 바른 말이지>를 쇼케이스를 통해서 만날 수 있습니다. 남동생의 죽음 이후, 남동생의 모습을 하나씩 알아 가며 애도와 공감의 순간을 따라가는 이승찬의 <겨울에 만나>는 서울독립영화제 후반제작지원을 통해 완성된 영화입니다. 강릉에서 작업을 이어 오고 있는 이마리오의 <작은 정원>은 지역과 창작자가 결합해 공동으로 창작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지역의 할머니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며 영화로 완성해 가는 과정은 그 어떤 영화보다 영화적인 순간들이기도 합니다. 이소현의 <장기자랑>은 세월호 희생자 어머니들이 연극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로, 예술이 가지는 치유와 연대의 힘을 새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권철의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호남 지역 최초 극장인 광주극장을 배경으로 일곱 뮤지션들의 사연과 노래를 들려주는 일종의 뮤직 다큐멘터리입니다. 왕민철의 <생츄어리>는 전작 <동물, 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동물원을 야생동물보호소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따라갑니다. 연출자로, 촬영감독으로, 자신만의 따듯한 시선과 감각을 지닌 감독의 깊은 영화 세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2 프로그램위원회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2022 집행위원장)
김영우(서울독립영화제2022 집행위원)
정지혜(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