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6 제4회 이강길 독립영화 창작지원 심사 결과 발표

서울독립영화제2026 제4회 이강길 독립영화 창작지원에 관심 갖고 지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심사 결과에 따라 최종 지원작으로 선정된 작품을 다음과 같이 알려드립니다.

이강길 독립영화 창작지원 선정작에는 작품당 최대 1,000만 원 규모의 제작지원금이 제공되며,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협업 관계인 한국렌탈에서 제공하는 2,000만 원 규모의 장비 지원을 합니다.
또한 완성된 작품은 서울독립영화제2026에 상영될 예정입니다.

 

[선정작]

<논픽션> 송지서

[선정의 변]

이강길 독립영화 창작지원은 故 이강길 감독의 영화적 유산과 정신을 기억하고자 2023년부터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임팩트 시네마를 발굴·지원하고 있습니다. 1회 박세영·연예지 감독의 <기지국>, 2회 윤재원 감독의 <산의 뱃속>, 3회 감정원 감독의 <별과 모래>를 선정했습니다. 각기 다른 형식과 개성을 지닌 작품들이지만, 모두 환경과 생명,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습니다.

2026년 4회 이강길 독립영화 창작지원에는 총 314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극영화 시나리오 300편, 다큐멘터리 구성안 12편, 실험영화 시나리오 2편으로 픽션의 참여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임팩트 시네마라는 가치를 지향하며, 형식과 장르를 열어두고자 하였으나, 대개 픽션과 논픽션을 구분하여 지원하고 있는 환경에서, 혼합 지원 방식이 소수 장르의 참가를 위축시키는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故 이강길의 유산은 독립영화 전체의 것이나, 고인의 분야가 다큐멘터리였음을 고려할 때 해당 분야의 지원작이 충분치 않은 것이 과제로 남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출품작을 살피며 동시대 창작자와 호흡하며 가능성의 영화를 찾아내고자 고심하였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횡단하며 개인과 사회가 처한 상황을 가늠하고자 하였고, 각본과 연출자의 상상적 태도와 실천 방식에 주목하였습니다. 올해 역시 청년과 가족 배경의 이야기, 장애·이주노동자·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으며, 치매와 빈곤 등 사회적 고립에 처한 노인을 화두로 한 전개가 눈에 띄었습니다. 또한 가상현실이 실재를 압도하는 디지털 시대, 종말을 앞둔 인류에 대한 아이디어를 다수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 서사를 자연·환경·공동체와 함께 조명함으로써 미시적인 이야기를 넓게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 또한 돋보였습니다. 다만 동세대 경험 바깥에 위치한 타자를 바라보고 접근함에 있어서 다소 전형적인 상황 설정과 캐릭터를 반복하곤 있지 않은지 함께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지원 편수가 예년보다 크게 증가한 가운데, 완성작이 기대되는 재능들이 다수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사회 변화에 기여한다는 임팩트 시네마로서의 지향이 부족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당초 임팩트 시네마는 구체적인 사회적 실천과 캠페인을 동반하는 영화운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만, 서울독립영화제가 본 사업에서 임팩트 시네마를 호명하며 독립영화가 포괄하는 문화적 긍정성과 영화 안팎에서 작용하는 순기능을 보다 넓고 추상적으로 설정하려 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영화는 현재 충분히 일취월장하였지만, 미지의 영역인 독립영화에 기대할 만한 무게감을 주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영화적 도전, 패기, 실험성과 제도 바깥에 과감성을 갖는 창작자가 쥘 카드가 있을까요? 영화산업과 공공지원이라는 스펙트럼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지만, 이 경로가 영화에 대한 어떤 전형적인 선택과 굴복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 지 치열하게 자문해 봅니다. 창작자들이 보내 준 작품을 읽으며 이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오늘의 조건과 내일의 환경을 고민하게 됩니다.

심사의 과정에서 서울독립영화제는 6편의 작품(극영화 5편, 다큐멘터리 1편)을 최종 면접 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생명에 대한 상상력과 감수성이 우리의 상실, 결핍, 상처를 어떻게 보듬을 수 있는지 성찰하는 <새 순>(김소배 감독), 청춘의 빛나던 시간과 사회적 참사의 시간을 교차시키며 기억과 애도의 태도를 사유하는 <슬라이딩 라이프>(정길우 감독), 감금과 해방, 정체성과 연대라는 묵직한 주제를 절제된 이미지와 동화적 감수성으로 품어낸 용기 있는 시도 <모포시스>(김혜진 감독), 이주노동자와 치매 노인의 관계를 통해 생존과 보살핌에 대한 윤리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모래와 바다>(천유정 감독), 어머니를 간병하는 인물의 현실적 압박이 장르적 환상 속에 폭발하는 <논픽션>(송지서 감독) 등 다섯 편의 극영화 프로젝트를 만났고, 뇌병변 장애인의 연기 워크샵에 대한 기록으로 누군가를 연기하며 자신을 증명하는 예술 참여자의 주체적 과정을 담고자 하는 <민들레 독백>(이하정 감독)을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로 만났습니다. 면접 심사를 통해 각 작품의 연출적 의지와 영화적 비전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심사위원들 또한 영화에 대해 우회적으로 동참하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한된 조건 속에서 단 한편에게 지원이 주어지는 여건에 아쉬움을 표하며, 서울독립영화제는 2026년 이강길 독립영화 창작지원작으로 송지서 감독의 <논픽션>을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논픽션>은 제목과 비양립하며, 역설적으로 장르적 에너지를 분출하는 강렬한 픽션 프로젝트입니다. 지금까지 본 사업이 근미래 전자파와 싸우는 인류(<기지국>), 접경지 공간의 역사적 기억(<산의 뱃속>), 대구 금호강을 배경으로 한 환경과 인간(<별과 모래>)이라는 비교적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사회적 소재와 주제와 연결된 영화에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올해의 지원작은 그 흐름에서 이탈한 다소 파격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논픽션>에서 주목한 것은 ‘영화’라는 신체와 그 구성의 출발인 언어에 대한 근본적인 영화적 질문과 도전이었습니다. 송지서 감독의 <논픽션>은 영화 속에 실재하는 모든 것을 의심합니다. 영화, 연출이라는 행위를 통해 허구의 예술을 쌓는 것에 대한 회의, 가상의 캐릭터와 영화적 창조자인 감독 자신에 대한 분열적 성찰이 과감하게 전개됩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는 희생과 번역될 수 없는 타인의 고통”이 난무하는 진짜 현실 속에서, 영화는, 픽션은, 논픽션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쩌면 <논픽션>은 폭력 앞에 무력하게 무너지는 지금, 우리, 여기. 영화가 반응해야 할 것에 대한 동물적 심연을 흔들어 깨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그것이 모호하여 강렬한 힘이 어디로 이끌릴지는 묘연합니다. 심사위원들은 어떤 위험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영화를 만드는 자신을 표적에 두고 날 것의 거친 질문을 겨누는 <논픽션>에서 모종의 영화적 급진성을 발견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영화를 만드는 동시대 창작자의 가장 구체적이고 치열한 고민 가운데에서, 가장 정치적인 영화의 본성을 감각하고자 하였습니다.

장래의 영화가 과연 우리를 어떤 세계로 인도할 수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자신을 스스로 무너뜨릴 것을 각오하고 표적 앞에 선 영화가, 부디 목표대로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뒤흔들며, 목표하였던 문을 힘껏 부수고 나아가기를 상상할 뿐입니다. 송지서 감독 <논픽션>의 지원작 선정을 다시금 축하드립니다. 부디 분투하시기를 기원하며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완성작으로 만나 뵙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끝으로 서울독립영화제는 최종 선정에 이르진 못했지만 지원해 주신 모든 창작자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심사는 몇몇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며, 심사위원을 또한 세계와 부딪히며 영화로 판단하고 설득하며 합의해 나가는 하나의 경로에 불과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향후에도 창작자의 고민을 수렴하며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6 제4회 이강길 독립영화 창작지원 심사위원 명단
남다은(영화평론가)
박동훈(영화감독,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문정현(영화감독, <비대면의 시간>)
임오정(영화감독, <지옥만세>)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