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희 감독은 여러 번 ‘어렵다’고 했다. 나는 그가 골똘히 고민하는 표정을 지을 때, 그 생각의 끝, 어떤 대답을 할지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다. 어려운 고민을 반복하는 이가 이야기를 만든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휴가>는 해고 후 장기 농성 중인 재복이 휴가를 맞아 농성장을 떠나며 시작한다. 재복에게 일상과 투쟁은 어떻게 얽혀 있을까. 재복은 어떤 마음으로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오는 걸까. 그 짐작할 수 없는 마음을 여러 번 오가다 보면, 비로소 이란희 감독이 말하는 ‘품위’와 ‘존엄’의 실체를 감각할 수 있지 않을까.
글_데일리팀 양나래 /사진_SIFF2020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