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개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경쟁단편

최민호 | 2018| Animation | Color | MOV | 17min (E)

SYNOPSIS

점점 기력을 잃어가는 늙은개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든 가족들.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이사를 가지만, 늙은개는 오래된 집을 떠나기 싫은 듯 고집스럽게 짖어댄다. 그러나 결국 끌려서 큰집으로 가게 되지만, 얼마 안 되어서 가족으로부터 벗어나 옛집에서 유기견으로 살아가게 된다. 초라한 늙은개의 모습을 보면서도 가족들은 쉽게 외면했고, 불편했던 마음은 어느새 익숙함으로 다가왔다. 비오는 날 둘째형이 본 늙은개는 점점 죽어가고 있었고, 회피도 외면도 하기 힘든 상황에서 형제들은 돌아가면서 마지못해 늙은개를 돌보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모성애로 낳아 사랑으로 키우고 자식을 위해 희생한 나의 엄마.
세월이 흐르면서 엄마로부터 멀어지고, 엄마를 잊기 시작하고, 결국 엄마로부터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그녀가 홀로 늙고 병들어 죽을 때까지 잊고 살았다. 누구는 엄마가 죽을 때 깨닫지만 누구는 죽어도 모른다. 지난시간 내가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한 행동을 했는지 이른 아침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깰 때가 있었다. 어리석고 후회로 가득찬 시간들이었고,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18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2018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2018 제12회 대단한단편영화제
2018 제14회 인디애니페스트

DIRECTOR
최민호

최민호

2003 <만선>

 

STAFF

연출 최민호
제작 최민호
각본 최민호
촬영 최민호
편집 최민호
음악 지병찬

PROGRAM NOTE

재개발을 앞둔 오래된 집에는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툇마루가 있다. 한때는 몇 번이나 덧칠해져 고운 빛을 내던 곳이었을 테지만 이제는 주인을 잃고 낡아 초라해진 그곳엔 늙은 개 미미가 누워있다. 쓰레기로 가득 차 철거만을 기다리고 있는 낡은 집처럼 그렇게 늙고 쇠약한 모습으로. 미미는 언제부터 그곳에 그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누워 있게 된 것일까. <만선>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최민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늙은 개>는 낡은 집에 남겨져 죽어가는 늙은 개 미미를 통해 무관심 속에 떠나보낸 소중한 존재에 대한 후회, 그리고 세상의 변화 속에서 점점 의미를 잃어가는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현수막 너머 높이 솟은 크레인, 여기저기 부서져 폐허가 된 재개발 지역의 스산한 풍경, 구멍가게, 이발소 같은 옛 동네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은 사실적이고도 섬세한 드로잉은 점점 생명을 잃어가는 미미를 상징하듯 무채색으로 변해가는 색감의 표현과 함께 전체적으로 무겁고도 서글픈 영화의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무분별한 개발의 논리 속에 자꾸만 사라져 가고, 부서져 가는 과거의 것들, 물질 만능과 이기심 속에 의미를 잃고 잊혀져가는 소중했던 존재들, 의식의 마지막 가닥이 붙어 있던 최후의 순간에도, 그토록 돌아가 눕고 싶어 했던 미미의 툇마루는 어쩌면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돌아갈 곳일지도 모르겠다.

모은영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