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근로

본선 단편경쟁

하지민 | 2022 | Experimental | Color | DCP | 10min (K, E) World Premiere

TIME TABLE
12.1(금) 12:20-13:45 CGV압구정(본관) 2관 E, K, 15
12.3(일) 20:10-21:35 CGV압구정(신관) 4관 E, K, GV, 15
12.6(수) 17:40-19:05 CGV압구정(신관) ART2관 E, K, GV, 15
SYNOPSIS

콩쥐는 주변 지역에서 제일가는 유능한 근로자다. 어느 날 두꺼비가 모여들어 콩쥐를 돕겠다며 애쓰지만 그들에게 퇴근 시간이 있어 깨진 독의 물이 자꾸 샌다.

DIRECTING INTENTION

오래된 전래동화의 어떤 일화에, 바랜 간판 이미지의 어떤 조각에 달라붙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든 철거되지 않아 공간을 점유하고 있든 남아 있는 흔적은 항상 있고 화자는 그것에 달라붙어 사건을 발생시킨다. 살아남은 서울의 어떤 간판 가게는 그 사건으로부터 떨어져 ‘풍경’이 되었다가 임시로 그들이 그곳에 개입할 때에 헤테로토피아로서 ‘장소’가 되기를 반복하고 지금도 그 앞의 바닥에는 물이 불어 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하지민

하지민

2022 갇힌 풍경
2023 녹음이 푸르를 때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었다.
2023 뒷자리에서

STAFF

연출 하지민
제작 하지민
각본 하지민
촬영 강수민
편집 하지민
조명 하지민
음악 하지민
미술 하지민
현장보조 조에스더, 이윤지
출연 엄지윤, 연나연, 조현진, 김남영, 하지민

PROGRAM NOTE

영화가 시작하면 밑 빠진 항아리 속담 언급과 함께 두꺼비들이 이를 돌아가며 막는다는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이에 맞춰 두꺼비 분장, 이라고 하기에는 뭐하고 두꺼비 발바닥 장갑을 낀 사람들이 두꺼비 같은 행동을 하며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것이 제목이 명명한 ‘두꺼비 근로’라고 하는 걸까. 어쨌든, 새는 물을 막는 것처럼 보이던 인간 두꺼비들은 물이 계속 불어나고, 비가 쏟아진다는 내레이션의 설명이 덧붙여지자 자기 맡은 일을 끝내고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 반복하는 형태로 항아리의 구멍 난 부분을 막는 행위를 해 보인다. 그중에는 높은 계단에 물 형태의 파란 천을 깔아 두고 인간 두꺼비들이 힘들게 올라갔다 내려와 다시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 보고 있으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독으로 교체하든가, 구멍 난 부분을 메운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개선하면 될 텐데 굳이 돌아가면서 막는 임시방편을 반복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의도한 것일 텐데, ‘두꺼비 근로’라는 것이 한국적인 상황에서 익숙한 일의 방식이다. 잘못된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보다는 이를 가리기 위해 애먼 사람으로 돌려막고, 다시 일이 터지면 이를 반복하는 광경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목격해 왔다. 극 중 인간 두꺼비들의 행위 예술이 한강 다리나 재개발 현장 같은 곳을 배경으로 하는 게 대수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 두꺼비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언제가 돼야 ‘두꺼비 근로’를 끝낼 수 있을까.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