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을 위한 식탁

본선 장편경쟁

김보람 | 2022 | Documentary | Color | DCP | 89min 3sec (E)

SYNOPSIS

2008년 열세 살이 되던 해 채영은 20킬로그램이 넘는 체중 감소를 보이며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한다. 엄마 상옥은 딸의 증상이 입원과 치료를 거치면 바로 낫는 병인 줄 알았지만, 퇴원 후 딸의 증상은 거식에서 폭식으로 이어진다. 먹고 토하는 생활이 10년 이상 이어지며 모녀는 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중단한다. 2019년 채영은 완치의 목표를 뒤로하고 증상을 다스리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찾아 호주로 떠난다. 딸이 떠난 집에서 엄마 상옥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딸의 증상을 자신의 과거에서 찾으려 애쓴다. 1년 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온 채영과 상옥은 10년 이상 침묵하던 ‘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DIRECTING INTENTION

2018년 가을, 한국의 10대, 20대들 사이에 식이장애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기사를 보고 처음 취재를 시작했다. 수십 명의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관련 자료를 찾던 와중에 채영과 상옥 두 주인공을 만났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다이어트와 외모 강박이라는 포장지 안에 감춰진 식이장애의 깊고 복잡한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한 개인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질병의 기원은 결코 그 자신이나 가족에게만 있지 않다. 이 영화는 채영과 상옥이 겪는 고통의 복잡하고 얽히고설킨 서사들을 더듬어 나가는 여정이다.

FESTIVAL & AWARDS

2022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상

DIRECTOR
김보람

김보람

2017 피의 연대기
2020 자매들의 밤
2021 내 코가 석재

STAFF

연출 김보람
제작 박지혜
촬영 김민주
편집 조원주
음악 김해원
출연 박채영, 박상옥

PROGRAM NOTE

김보람 감독은 첫 장편 <피의 연대기>(2017)를 통해 자신을 포함한 다양한 여성들의 몸과 마음이 움직여 나가는 방식과 그 역사에 관한 흥미롭고 방대한 연대기를 써 내려간 바 있다. 두 번째 장편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역시 그런 관심의 연장에 있되 기존과는 또 다른 방식, 즉 어느 모녀의 구체적인 사례에 집중해 가며 밀도 있게 인물 내면의 동학을 따른다. 열다섯 살 때 섭식장애를 앓은 채영 씨와 그녀의 엄마 상옥 씨. 두 사람은 10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비로소 서로의 속마음을 들어 보고 서로에게 말을 걸어 보려 한다. 채영 씨의 일기와 그림, 그녀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 지난날 그녀의 거식과 폭식의 경험을 전하고, 엄마를 향한 복잡한 심경과 엄마로부터 독립해 자신만의 길을 모색하려는 분투를 읽어 보게 한다. 상옥 씨 역시 학생ㆍ노동운동을 했던 젊은 시절의 자신과 대안학교 사감 선생으로서의 활동, 그토록 미워했던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거치며 자신과 딸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본다. 이것은 두 여성의 실존적 문제, 질긴 모녀의 역사, 모녀이기에 감당해야 했거나 감당할 수 없었던 지점, 젊고 아픈 여성을 둘러싼 오랜 질문에 관한 영화다. 카메라는 어떻게 이토록 내밀한 관계 한가운데로 들어설 수 있었을까. 기꺼이 카메라를 대면한 모녀, 신뢰를 얻은 카메라 덕에 우리는 서로에게 조심스럽지만, 최대한 솔직해지려는 그녀들의 대화에 함께한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