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댄스

새로운선택 단편

김하연 | 2022 | Documentary | Color+B/W | DCP | 37min 15sec (E)

SYNOPSIS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방사상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단지로 형성되어 있다. 이곳은 거주의 장소이자 기념의 장소이다. 올림픽과 올림픽 아파트를 동시에 볼 수 있을까.

DIRECTING INTENTION

서울 올림픽을 기념하여 ‘880’으로 시작하는 바코드가 국내에 도입되었다. 최초에는 원형으로 설계되었지만, 오늘날이 되어 수직으로 세워진 바코드처럼, 1988년 이후 서울이라는 도시는 더 높이 수직으로 상승한다. 몇 년 전부터 온 동네를 덮은 재건축 현수막을 보고 나서야 내가 자란 동네가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라는 대상으로 보였다. 그리고 88년의 서울을 마주했다. 올림픽은 모든 이들의 축제와 화합이지만, 그들만의 축제이기도 하다. 올림픽 아파트라는 장소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엉켜 있다.

FESTIVAL & AWARDS

2022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DIRECTOR
김하연

김하연

2021 여기에선 저 매미가 신기루처럼 보인다

STAFF

연출 김하연
제작 김하연
각본 김하연
촬영 김하연, 곽서영
편집 김하연, 곽서영, 장병호
음악 김하연

PROGRAM NOTE

영화가 시작하면 내레이션으로 <걸리버 여행기>의 라퓨타 이야기가 소개된다. 태양이 점점 가까워져 오는 것을 본 라퓨타 사람들이 행여 태양이 지구를 삼키는 것은 아닐까 염려한다는 내용이다. 그 뒤를 이어 창세기 7장의 노아의 방주 구절이 소개되고 이게 또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준공된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와 연결되는 식이다.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는 기념비적인 장소다. 한국의 올림픽 개최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국의 주거 문화를 바꿨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게 꼭 좋은 의미는 아닌 것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올림픽의 특성상 한국 정부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생각해 판자촌을 강제로 철거하며 대신 보기에 깔끔한 아파트를 건설했다. 또한 햇빛을 빨아들여 쾌적한 기온을 유지하는 땅 위에 콘크리트를 깔아 그 위로 올림픽 선수촌을 세웠다. 무덤덤한 목소리의 내레이션은 올림픽 정식 종목 중 양궁을 콕 집어 그 표적이 바코드의 원형이었다는 사실을 알린다. 그게 변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막대 형태가 되었고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가 꼭 바코드를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올림픽 상징 어쩌고, 주거 문화의 획기적인 변화 어쩌고 해도 결국 편의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내레이션은 연상법을 통해 알린다. 분류된다는 건 세워진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파트는 더 높이 태양에 다가서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우리는 알고 있다. 날개를 단 이카로스가 태양에 가까이 갔다 추락했다는 신화를.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