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의 피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단편)

유한아 | 2011|Animation|Color|Beta|18min28sec

SYNOPSIS

깊은 숲 속에 모녀가 살고 있다. 원인 모를 병에 걸린 어머니는 인어의 피만이 자신을 구할 수 있다며 딸에게 가서 구해달라고 한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집을 떠난 딸은 귀가하는 길에 공포스러운 상대와 조우를 하고, 이를 계기로 낯설고도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잊고 쾌락에 빠진 딸은 얼마 후 이 세계의 이중성에 실망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 곳에는 상상도 못할 충격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DIRECTING INTENTION

“인어의 피”는 영화적 시각 장치들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이중자아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중자아는 내적 갈등의 표상으로 주체적 자아에게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대리만족을 안겨주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어머니와 딸, 인어와 흡혈귀는 서로 모호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서로에 대한 이중자아로 해석 가능해진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겪는 이성과 감성 간의 갈등을 여성의 관점에서 표현하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2011 제11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2011 제7회 인디애니페스트

DIRECTOR
유한아

유한아

STAFF

연출 유한아
제작 유대영, 손정애
각본 유한아
촬영 조영직, 윤상신
편집 유한아
조명 조영직, 윤상신, 김도윤
미술 유한아
음향 유한아
특수효과 장수진

PROGRAM NOTE

‘깊은 숲 속에 한 모녀가 살고 있었다’로 시작하는 ‘인어의 피’는 시작부터 다크 써클이 길게 드리워져 있어서 팀 버튼의 굴 소년이 떠오르고 슬쩍 에드워드 고리가 그리워지기도 하는 화풍이라서 이 감독 아무래도 고딕소녀거나 고어소녀이겠군 했다. 아마도 둘 다이겠지만 어쩐 일인지 소년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 음은 왜일까? ‘인어의 피’는 단순한 구성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뭔가 꼬여있기도 하고 뒤집혀 있기도 하다.
인어공주의 이야기가 없을 때 ‘인어의 피’는 존재할 수 있는가? 하지만 ‘인어의 피’는 메타픽션이 아니다. ‘인 어의 피’ 속에 인어는 공주가 아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바로 ‘인어공주’의 이야기에서와는 다른 지점으로 접어드는 갈림길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인어의 피’는 24개의 자막으로 대사와 이야기를 전달한다. 무성영 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대사는 모두 자막으로 처리되어 있고 음악이 감정의 상태나 극적 긴장을 주도한 다. 그리고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그 종이를 움직여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또한 목걸이 같은 실제 사물도 등장한다. 애니메이션이면서 평면이 아니고 이야기이면서 들려지지 않아 읽어야 한다. 병든 엄마와 사는 딸은 원인 모를 병에 걸린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다. 엄마는 인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름달은 밝고 인어는 달 속에 차오른다. 생각보다 그리 아름답지 않은 인어는 역시나 인간 남자를 사랑했단다. 그리고 스스로 비늘을 잘라낸다. 인어는 남자와 함께 아이들을 낳는다. “하지만 꼬리는 자꾸만 다시 자랐지. 사람으로 머물기 위해 인어는 매번 자신의 꼬리를 잘라야 한단다. 인어가 흘린 피를 갖고 오면 내 병이 낳을 수 있단다.”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딸은 길을 나서고 금새 해변에 도착한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인어는 딸에게 피를 건넨다. 아마도 그 피를 구하러 오는 딸들이 많은 모양이다. 대체 엄마는 어떻게 그 이야기를 모조리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인어의 피’는 꼬리를 입에 물고 꼬리를 잘라내며 시작하는 질문이다. 딸과 인어와 엄마의 욕망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다. 우로보로스(Ouroboros)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교훈. 이 영원한 연금술의 주문은 완전과 변화의 갈등 사이에서 다크 써클 짙은 어느 소녀가 내는 밤의 신음이지만 그 주문은 여전히 아름답고 서늘하며 빠지고 싶은 환희이다. 아마도 그것은 과정이며 그 자체 하나로 가능할테니 말이다. 지금 그 피가 필요하고 성배를 찾아 길을 나서야 한다. 아마도 스트라빈스키와 함께 말없이 무성인 체로 말이다.

이난/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