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의 끝

본선 단편경쟁

최민호 | 2023 | Animation | Color | DCP | 10min (E)

TIME TABLE
12.3(일) 11:00-12:24 CGV압구정(신관) ART2관 E, GV, 12
12.5(화) 14:40-16:04 CGV압구정(본관) 3관 E, GV, 12
12.6(수) 15:30-16:54 CGV압구정(본관) 2관 E, GV, 12
SYNOPSIS

기억을 잃어가며 항해를 하는 중년의 남성. 어느 날부터 머릿속에서 들리는 아내의 목소리가 환청인 것을 알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 다가오는 검은 재와 검은 물. 숨쉬기 힘들어하는 고래. 불타는 대륙. 좌초된 선박에서 쏟아지는 기름. 시간이 갈수록 병들어 가지만 폭풍 속에서 아내와의 마지막 대화는 꿈을 쫓아 거대한 파도에 맞설 용기를 준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온 세상은 아내의 바람과는 다른 세상이었다.

DIRECTING INTENTION

지구는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엉망이 되었다. 매일 미세먼지를 체크하고 밖에 나갈 때는 습관처럼 마스크를 쓴다. 환기 후 공기청정기를 돌려야 숨을 제대로 쉬고, 오염된 바다로 몇 년 동안 생선을 먹지 못하는 경험을 했다. 사고 전의 소금을 찾고 각종 어려운 방사능 원소이름이 익숙해져 버린 현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조금의 불편함도 못 참고 편리와 욕심으로 만들어 내는 세상은 생각보다 아주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다.

FESTIVAL & AWARDS

2023 디지콘6아시아한국지역어워드 금상
2023 바하리영화제
2023 중국국제그린필름위크
2023 스파크애니메이션
2023 코르툰간디아영화제
2023 인터필름베를린국제단편영화제
2023 서울인디애니페스트
2023 애니마니마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2023 대구단편영화제

DIRECTOR
최민호

최민호

2005 만선
2020 늙은 개

STAFF

연출 최민호
제작 임소연
각본 최민호
편집 최민호
음악 임하영

PROGRAM NOTE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요트 위의 한 남자. 아내에게서 계속 연락이 오지만 남자는 그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바다와 바람을 뒤덮은 오염을 피하며 항해하던 중 잠깐 방심한 남자의 요트는 마치 폭풍우를 품은 거대한 먹구름처럼 보이는 검은 연기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남자는 불타는 붉은 섬을 보게 된다. 그리고 바닷속에선 죽음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최민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항해의 끝>은 심플하면서도 명쾌한 환경 영화다. 바다, 오염, 죽음 등 환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소재들을 SF적인 상상력에 기반한 상징적 이미지와 직관적인 이야기로 탈출구 없는 아포칼립스의 시대를 구체적으로 관객에게 보여 준다. 영화의 시작 지점에서 보여 주는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화면 속 검은 재가 뒤덮은 하늘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바다의 극명한 대비, 남자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죽음의 세계와 아내가 보내오는 메시지 속 평온한 일상의 세계 등을 대비시키는 구성은 영화의 결말과 이어지면서, 어쩌면 우리는 희망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해준다. 오염 물질과 그것을 내뿜는 불타는 섬 그리고 오염 덩어리 자체가 되어 가며 죽어 가는 생명체들로부터 벗어나 집으로 가고자 하는 남자의 항해는 결국 바다의 끝에 다다르지만 그곳은 평온한 메시지가 발신되던 집이 아니라 멸망 직전 혹은 이미 멸망한 죽음의 지구 그 자체다.

박광수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