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FTM

서울독립영화제2008 (제34회)

장편경쟁

김일란 | 2008|Documentary|Color|DV|115min | 우수작품상

SYNOPSIS

고종우(가명)는 여름이 오기 전에 얼음조끼를 준비하기 위해 시장에 간다. 여름 더위 속에서도 조끼를 입어야 하는 그에게 얼음조끼를 사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그는 아직 가슴 수술을 하지 않았다. 가슴을 옷매무새로 가려야하는 그는 수술비를 모아 보다 자유로워지는 미래를 꿈꾼다. 한편 오랫동안 소망해왔던 가슴 절제수술을 마친 한무지(가명)는 벅찬 기쁨을 감추기 힘들다. 그는 성전환자 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들과 함께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여 남성의 가슴을 공개한다. 하지만 그는 수술이 가져다 준 자유로움만큼 또 다시 FTM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비성전환 남성의 육체에 가까워질수록 FTM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다 자신다운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 성별변경을 했다고 말하는 김명진(가명). 그러나 그가 상상했던 삶과는 사뭇 다르다. 주민번호 '1'인 남성으로서의 삶은 자신에게 보다 더 큰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 예상했으나, 여중 혹은 여고라는 학력은 그를 곤란에 빠뜨린다.

DIRECTING INTENTION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는 2006년에 몇몇 인권단체와 개인 활동가들과 함께 '성전환자 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이 조사를 하면서, 다큐멘터리 주인공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생물학적 여성의 육체를 갖고 태어났지만, 타인에게 인식되는 성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 모두 남성이기를 바라는,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였다. 그들을 만나면서, 여성들 스스로의 경험을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FTM 트랜스젠더의 삶과 욕망을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을 마련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비성전환 여성과 FTM 트랜스젠더가 함께 젠더 이분법으로 발생하는 여러 차별과 억압의 지점을 공유하고, 그것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서로 모색하면서 성전환자 인권운동의 방향성을 고민해보고자 하는 것 말이다.

FESTIVAL & AWARDS

2008 서울여성영화제
2008 서울LGBT필름페스티벌
2008 제 13회 부산 국제 영화제
2008 제주여성영화제
2008 충주여성영화제
2008 대만여성영화제
2008 홍콩독립영화제

DIRECTOR

김일란


2005 < 마마상 >



STAFF

연출 김일란
제작 연분홍치마
촬영 이혁상
편집 김일란, 이혁상

PROGRAM NOTE

<3✕FTM>는 말 그대로 세 사람의 ‘Female to male’. 즉 남성이 된(혹은 되어가는) 여성,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과거에 여성이었던 혹은 여성의 성징을 갖고 있던 남성들에 관한 영화다. 성소수자를 소재주의화하는 독립영화계의 의심스런 트렌드 속에서 이 영화는 드물게 트랜스젠더 자신의 눈과 입으로 보고 말하는 영화다. 영화는 ‘이성애자’라는 중심의 위치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들의 남모를 고통과 고민을 끝없이 펼쳐놓는다. 생리나 가슴이라는 여성적 성징에 대한 기억을 머릿속에서조차 깨끗이 지우고 싶다는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커밍아웃하면서 카메라를 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해받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남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 자신의 존재를 그저 인정받고 싶다는 당연한 욕구. 영화는 이성애주의라는 중심에 있는 이들에게 트랜스젠더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를 통해 우리는 트랜스젠더라는 성소수자를 향한 우리들의 다양한 폭력을 경험한다. 영화는 트랜스젠더로서 세 사람의 경험을 수시로 교차편집한다. 물론 트랜스젠더라는 동일한 성정체성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의 입장이 똑같지는 않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생물학적 성,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사회문화적 성(젠더)을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에 있어 세사람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그들이 ‘남성성’이라는 젠더를 자신의 육체에 새기고자할 때 그것은 흔히 ‘남성성’으로 통칭되는 사회문화적 성정체성이 옳거나 긍정적이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남성성이라는 젠더에 부착된 권력을 추구하려는 욕망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남성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왜? 우리는 여전히 그들의 고민에 대해 무지하다. 무지는 그들을 향한 폭력을 낳지만 그러한 폭력에 대해 정작 우리 자신은 인식조차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의외로 답은 간단한데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 속 한 등장인물이 말하듯이 “FTM이 남자”라는 사실만 인정한다면 혹은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FTM에게 절대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다.

맹수진/서울독립영화제200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