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시작된 이번 작업은 필름 이멀젼의 물성을 연구했던 파운드 푸티지 작가들의 작업과 맥을 같이 한다. 16mm 조보릴과 직접제조한 현상액으로 모든 이미지는 직접 현상되었으며 다시 산화력이 강한 케미컬과 약품들로 재가공하여 만들어졌다. 최총적으로는 컨택프린터까지 제어한 흑백프린트를 만들었고 상업랩을 통해서 토닝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프린팅 과정에서의 색변화를 적절하게 이용한 컬러프틴트를 만들어냈다.
영사방식과 사운드의 실험적인 구성은 최총적인 상영단계에서 작가의 직접적인 참여가 이루어 짐으로써 완성된다. 표면에 대한 세부적인 디테일, 빛과 영사기가 만들어 내는 움직임에 대한 즉흥적인 반응을 통해서 작품의 최종적인 전달은 늘 새로운 방식으로 가능해진다.
리더필름을 여러 가지 약품을 통해서 재가공하거나 이미지가 있는 촬영된 필름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이멀젼은 퍼포레이션을 제외한 모든 영역까지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결과적으로는 슈퍼16mm 사이즈의 포맷이 된다. 사운드트랙쪽에 입혀진 균열된 이미지들은 빛에 의해 인식되면서 새로운 소리를 구성해 내는데 이는 이미지와 가장 밀접하게 물리적으로 결합된 소리가 할 수 있다.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과 영사빙식의 실험은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 멀티플렉스라는 형태로 소비되는 이미지의 소비, 극장용프린트의 복사로 살아남는 상업적 랩들의 작은 실험적영화를 대하는 태도 등은 다름이 보여질 수 있는 공간과, 그것을 창의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랩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다분히 나와 같은 작가들에게는 폭력적일 수 밖에 없다.

2005 Cienma Diffferent, different cinema in paris
2006 Arco gallery

극단적 실험. 중독성 강한 이미지와 사운드의 향연.

은 3년 동안 만들어진 연작 실험영화이다. 이 영화는 매우 거칠고 심지어 난삽해 보이기도 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대단히 섬세하고 주의력 높은 작가의 노력이 새겨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시간 필름을 방치해서
생길 수 있는 부식과 곰팡이 같은 느낌. 필름을 의도적으로 손상시켜 발생하는 이미지들. 직접 채색을 한 필름. 화면분할을 통한 이미지의 겹침과 불연속적
나열 등 중독성 강한 이미지와 사운드를 40여분간 펼쳐 보인다. 소음과
같은 사운드에서 출발해서 세 개의 화면으로 분할된 장면에서 시작하는 이 낯선 영화를 보고 있으면, 필름이
직접적으로 전해주는 물질성과 그 추상성에 마치 중독된 것처럼 빠져들게 된다. 이것은 대단히 직접적인
자극이지만 구체적인 형상으로 다가오지 않고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중독은 영화에 대한 사유를 불러온다. 이 영화를 통해 작가가 전해주는 관념의 세계에 도취되는 것이 아니라, 필름의
물질성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관념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사운드와 이미지의 향연을
그냥 즐기면 된다. 은 최근 보기 어려운 야심찬 작업으로
필름의 물질성과 구체성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또한 새로운 이미지를 찾아나서는 작가의
열망을 느낄 수 있다.

조영각 / 서울독립영화제2006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