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ing on wind

1999

Reality And Fantasy 2

Guen-ho Lee | 1999 | 6mm | Color | 195min

SYNOPSIS

"밥줄이 끊긴다는데, 아저씨라면 열 안받겠어요!" "여의도 고수부지로 갈 일이 아니라, 청와대로 가야지. 밥이 아니면 죽이라도 먹여달래야지... 이 인부들을 다 어떡하라고..." 195분의 장편 다큐멘터리 <열대야>는 이런 거친 대화들이 흔들리는 카메라 앞에 마구 쏟아진다. 이 작품에는 치밀한 구성도, 작가의 발언을 세련되게 배치하는 기술도 없다. 1998년 여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 현장에서 '마구' 찍어 이어 놓은 듯한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로선 부담스러운 길이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없는 현장의 긴장과 분노 그리고 유머를 보여 준다. 작년 여름 생존권사수를 위해 숯검정이 되도록 사업장과 울산 시내를 누비며 투쟁한 노동자들을 뒤쫓으며 그들을 기록한 이 영화는 '현대자동자 정리해고'를 노조, 사주, 국가 어느 편에서도 '정리'하지 않는다. 카메라가 담고 싶은 것은 오직 생존의 위협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 뿐. 영화는 정리해고에 처한 노동자들이 내뱉는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를 담아 촘촘히 기록해, 이른바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투쟁실록'이 된 것이다.

DIRECTOR

Guen-ho Lee






프로그램 노트

1998년 여름, 울산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 곳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크게 주목을 받았던, 현대 자동차 정리해고가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정리해고 투쟁 과정의 세밀한 시간 속으로 관객들을 이끌고 있다. 흠사 '동일 체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노동자들의 선택할 수 없는 자유와 길고 지루한 투쟁, 그리고 가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현장성이 주는 강한 힘으로 사건들을 끌고 간다. 불안정한 카메라 움직임과 더불어 정리해고의 불안한 시작을 열고, 점차 안정된 카메라로 내부 깊숙이 일어나고 있는 노동자들의 흔들림을 보여준다. 만든 이는 일어나고 있는 사진 하나 하나도 버릴 수 없었던 것 같다. 농성장에서 집으로, 공연에서 토론장으로, 거리에서 술집으로, 여름 내내 어느 하나 버리지 않고 모든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미학적 접근보다는 역사적 기록으로 현실을 꼼꼼히 다루는 다큐멘터리로서의 모습을 지닌다. 내레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작은 제목들로 사건에 대한 최소한이 평가만을 내리는 것 역시, 그러한 기록으로서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작품에서 만든 이의 입장이 배제된 것은 아니다. 아주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말하는 긴 인터뷰는 이 사건에 대해 갖는 만든 이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아이가 부르는 노동 가요는, 정리 해고를 바라보는 태도와 이 사건을 통해 갈구하는 희망과 책임을 생각하게 한다. 어느 한 사람이나 모음을 중심으로 두지 않고, 다양한 인물군상을 그리고 있는 것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이다. 오랫동안 농성 천막에서 같이 생활하면 촬영한 성실함 속에서 활동가, 평조합원, 어린 아이들, 식당 아주머니 등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들의 증언은 노동자 '생활'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절실히 느끼게 한다. 느리고 무거운 음악만큼 <열대야>는 노동자의 눈물과 한숨, 그리고 분노를 강하게 만나게 하는 작품이다.


STA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