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seul

2012

Special invitation 2

O Muel | 2012 | Fiction | B&W | DCP | 108min

SYNOPSIS

In 1948, under an evacuation order, military units pour onto the peaceful island. The displaced civilians hide in a cave on the mountainside, just to stay alive. At one point, an old man in the group wants to sneak down to the town to check on his pigs, but the young men, afraid that they would be discovered, stop him from leaving. Over time, opinions as to the safety of the shelter become divided and the refugees become increasingly anxious and fearful for their future.

DIRECTING INTENTION

Researching the Jeju 4.3 case seemed to be natural for me, but the event is still not widely known. There are numerous anonymous stories relating the tragic event, but they are stories that may vanish as there are still a lot of people who do not wish the truth of this event to be known. By making this film about the people who died after enduring such a grim existence in a cold and dark cave, I hope to show people what happened and share the idea that this appalling event should be properly investigated.

FESTIVAL & AWARDS

2012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시민평론가상, CGV무비꼴라쥬상

DIRECTOR
O Muel

O Muel

Pong Ddol (2010, HD, 98min)

Wind of Island (2011, HD, 90min)

STAFF

Director O Muel
Producer KO Hyuk-jin
Screenwriter O Muel
Cinematography YANG Jung-hoon
Editor LEE Do-hyun
Lighting ChOO Kyung-yup
Music JOEN Song-E
CG SHIN Min-chul
Cast MOON Suk-bum, KIM Dong-ho, YANG Jung-won, JANG Kyung-sub, SUNG Min-chul

PROGRAM NOTE

1948년, 제주도. 해안선 5km 밖의 주민들은 무조건 폭도로 간주하여 사살하겠다는 군의 소개령이 떨어진다. 사태가 이틀 정도면 종결되리라고 믿는 순박한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 동굴에 몸을 숨기고, 그사이 마을을 점령한 군인들은 주민들을 빨갱이 집단으로 몰며 닥치는 대로 죽이고 불태운다. <지슬>은 오멸 감독의 전작인 <이어도>에 이어 4.3 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어도>가 어느 여인의 반복되는 일상과 그 일상에 불어닥친 파국을 극도로 단순하게 눌러 마치 비극적 사건의 추상적 형상을 마주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면, <지슬>은 사건이 개별 인간들의 일상에 몰고 온 파국을 군인과 주민, 두 집단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토대로 내려가 다각도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물론 롱숏, 롱테이크로 담아낸 제주도 고유의 풍광이나 자막 없이는 알아듣기 어려운 토착민들의 사투리와 섬사람들의 기질에 배인 어떤 정취가 불러일으키는 친숙한 것 같으면서도 낯선 감흥은 여전하다. 그리고 그 감흥은 아마도 오멸 영화 특유의 초현실적인 기운과 닿아 있을 텐데, <이어도>와 <지슬>의 그 기운은 현실 너머라는 의미 혹은 미학적 차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실의 사건에 서린 수많은 죽음, 아니, 죽지 못하고 떠도는 망자의 한과 관련된 필연적인 것이다. 특히 <지슬>은 신위(영혼을 모셔 앉히다), 신묘(영혼이 머무는 곳), 음복(영혼이 남긴 음식을 먹는 것), 소지(신위를 태우며 드리는 염원)라는 소제목을 기입하며 제의적 형식을 취하는데, 그 형식은 1948년과 2012년 사이, 망각을 유혹하는 60여 년의 시간차를 지워 버린다. 말하자면 영화는 학살의 현장을 담으며 동시에 그 학살에 대한 애도의 제의를 진행하고(아마도 영화만이 죽음을 보여 주면서 그 죽음에 대한 애도의 시선을, 말하자면 과거의 죽음과 미래의 애도를 겹쳐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과거와 현재, 혹은 사건과 사건 이후는 분리된 시공간이 아니라, 서로에게 개입하며 서로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공통의 운명에 놓이게 된다. <지슬>은 표면적으로는 광기에 사로잡힌 군인 집단과 세상물정 모르고 순진한 주민 집단으로 이분화하고 그 대립에서 파토스를 끌어내려고 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 단순한 이분화에서 벗어나 두 집단에 서서히 퍼져 가는 공포, 그리고 그 공포에 의해 무참히 부서져 가는 인간성의 저열하고 얕은 바닥을 보여 주는 데 목적이 있다. 동굴 안에서 일상적인 수다를 떨고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며 정답게 감자를 나눠 먹는 주민들은 악에 물들지 않은 토착민들의 순수함을 부각하거나 신비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도저히 인간의 이성으로는 납득 불가능한, 그러나 인간에 의해 벌어진 상황의 비극을 형상화하고, 일상적 평온함과 잔혹한 비극의 그 가까운 거리에 대해 분노하고 슬퍼하며 궁극에는 사유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남다은/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