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Out

2012

Short 5

AHN Jin-woo | 2012 | Fiction | Color | HD | 16min

SYNOPSIS

There is a ceremonial table in front of the ritual folding screen. Mr. Whang looks at the picture of his deceased wife on the table. He is the elderly living alone who has suffered from diseases, poverty and loneliness. Once he was carpenter, but currently he picks up scrap paper to sell for a living. He is really eager to earn money. Then, why? He builds a coffin with wood scraps gathered from the street, digs a grave, and prepares goods for ancestral rites and food for a funeral. Then, he gets into the coffin and commits suicide by drinking agricultural pesticides.

DIRECTING INTENTION

Do you know how lonely it is to live without words?

FESTIVAL & AWARDS

2012 제6회 대단한단편영화제
2012 제8회 부산디지털콘텐츠유니버시아드

DIRECTOR
AHN Jin-woo

AHN Jin-woo

STAFF

Director AHN Jin-woo
Production YA incorp
Screenwriter AHN Jin-woo
Cinematography GIM Dong-hyuk
Editor GWON Oh-hyun
Art Director JUNG Hyun-chul
Recording KIM Gyung-mun, GO Dong-gyoon
Colorist JUNG Su-jung
Cast OH Soo-hyun, GIM Jong-tae

PROGRAM NOTE

고요하다. 말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말할 사람이 없어.
노인은 왜 나무를 베려고 했을까? 폐지를 주워 살아가는 과묵한 노인의 일상을 따라간다. 아무도 찾는 이가 없는 무용한 노동의 노력과 무기력한 산책의 결과는 숲 속 빈터에서 태어나는 하나의 침잠. 아내의 제사상과 12일이라는 기일. 그리고 준비. 중계동 28번지 전기세 미납요금은 4개월 합계 32,610원. 노인은 계속 라면을-라면만을 먹는다. 기이한 탈선에 따라붙는 우연한 기회. 일당 3만 원이 만들어 주는 마지막 제사상. 
흰 종이 위에 지도를 그리는 노인과 그 길을 따라가는 노인의 행동이 교차된다. 지도의 마지막에는 작은 봉분이 그려지고 숲 속 호젓한 공터에는 구덩이와 봉분이 준비된다. 노인의 바람은 이루어질까? 농약을 마신 노인이 스스로 만든 관 속에 들어간다. 노인의 자유 의지는 타인을 향해 있지만 그 오해는 노인의 기대가 닿을 길을 열어 두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으로 성사되지 못할 소원으로 그칠 것만 같다. 밖에서 노인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노인은 자신의 이름을 단 한 번 발설하고 관속으로 들어간다. 단전.
죽음 부근이거나 생존의 끄트머리에 놓인 혼자 사는 나이 든 남자의 마지막 자유 의지에 대한 관찰은 몹시도 차분하게 절제된 상태로 주관적이다. 버려지는 것들로 연명하는 버려져야 하는 때가 된 삶의 외로움은 반복적인 몽타주로 내적인 굴곡을 만들어 낸다. 세 번 반복되는 그 주름은 일련의 문채를 발하기도 한다. 당김과 여밈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 배울 게 많다.
하지만 왜일까? 타인의 삶이, 타인의 죽음이, 타인의 인생이 서사를 위해 존재하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는 것은 늙지 않음이 소멸을 말하려는 아이러니 탓일 게다. 에필로그로 쓰인 누구도 찾지 않는 그 집의 箱을 둘러싼 곰팡이처럼 소재라는 영화적 훈습의 곰팡이가 무관한 익숙함으로 우리 삶의 그늘에 창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간절하게 피어나는 하나의 블랙아웃은 청춘이 불타 사라지는 걸 보고 싶다는 사사로운 생각이다.

이난/서울독립영화제2012 집행위원